눈꽃무늬 니트를 떠올려보세요. 오래된 스키 사진에서 봤을 것 같고, 아버지 옷장 어딘가에 한 장쯤 있었을 것 같은 두꺼운 패턴 니트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갑자기 등장하는 겨울옷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니트가 2026년 남성복에서 다시 앞으로 나왔습니다.
Dsquared2는 1970년대 스키복에서 가져온 인타르시아 스웨터와 집업 카디건을 꺼냈고, Dries Van Noten에서는 컬러와 패턴을 강하게 사용한 니트웨어가 컬렉션의 한 축을 차지했습니다. Wooyoungmi에서는 노르딕 스웨터에 한국의 단청 문양이 섞였고, N.Hoolywood에서는 케이블 니트와 노르딕 패턴이 한 벌 안에서 만났습니다. FW26 남성복의 주요 흐름을 정리한 Vogue도 이번 시즌 스키 스웨터를 별도의 트렌드로 묶었습니다.
스키장에 있어야 할 것 같았던 니트가 도시로 내려온 겁니다.
2026년에는 스키가 패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올해 겨울 패션에서 산과 눈, 스키가 자주 보인 데에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라는 배경도 있었습니다.
Dsquared2의 런웨이에는 눈 덮인 숲이 등장했습니다. 1970년대 빈티지 스키 스타일을 가져오면서 스키어와 메달을 넣은 인타르시아 니트, 집업 카디건, 아프레스키 분위기의 퍼와 시어링까지 한꺼번에 풀어냈습니다. 동계 스포츠를 기능성 옷으로만 바라본 게 아니라 오래된 스키장의 낭만과 화려함까지 다시 꺼낸 셈입니다.
그런데 올림픽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니트가 너무 여러 곳에서 보였습니다.
Dries Van Noten의 이번 컬렉션에는 새 옷보다 오래 입어서 손에 익은 옷에 가까운 정서가 있었습니다. 집을 떠나며 챙겨온 좋아하는 스웨터, 할아버지의 코트처럼 시간이 쌓인 옷을 떠올렸습니다. 컬렉션에서도 니트웨어의 비중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한동안 오래돼 보인다고 생각했던 옷의 표정이 다시 재미있어진 겁니다. 노르딕 니트의 익숙한 무늬도 이번에는 그 오래된 느낌 자체가 캐릭터가 됩니다. 남성복의 실루엣이 넓어지고 오래된 스포츠웨어와 아웃도어가 다시 일상복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은 등빨저널의 오버사이즈 패션 트렌드에서도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꽃 니트라고 불렀던 것들
겨울 패턴 니트를 전부 비슷하게 부르지만 페어에일 (Fair Isle) 과 노르딕 니트의 시작은 조금 다릅니다.
페어에일 (Fair Isle) 은 스코틀랜드 셰틀랜드의 작은 섬에서 이어져 온 니트 전통입니다. 십자가와 다이아몬드, 별 같은 작은 기하학 문양이 여러 색으로 수평선을 만들며 반복됩니다. 1920년대에는 당시 Prince of Wales가 골프웨어로 입으면서 남성 패션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노르웨이 쪽에서는 스키와 니트가 훨씬 직접적으로 연결됐습니다. Dale of Norway는 1956년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노르웨이 대표팀의 첫 공식 올림픽 스웨터를 만들었습니다. 70년 뒤 같은 코르티나로 돌아온 2026년에는 그 디자인을 다시 가져와 새로운 대표팀 스웨터로 만들었습니다. (1956년 Cortina 스웨터와 2026년 디자인 보기 → Dale of Norway)
그래서 지금 보이는 노르딕 니트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겹쳐 있습니다. 북유럽의 니트 전통도 있고, 스키와 동계 스포츠도 있고, 1970년대의 컬러와 빈티지 스포츠웨어도 있습니다. 오래된 겨울옷 한 장 안에 꽤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건 입는 방법입니다
요즘 노르딕 니트를 꼭 스키 팬츠와 부츠에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N.Hoolywood의 FW26을 보면 케이블 니트와 노르딕 패턴이 섞이지만 완성된 모습은 스키장보다 도시에 가깝습니다. 컬렉션을 설명하면서도 아예 슬로프를 위한 옷이 아니라 거리를 위한 옷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데님과 코듀로이 같은 익숙한 일상복 사이에 북유럽에서 가져온 패턴을 넣었습니다.
Wooyoungmi는 노르딕 니트에 한국의 단청을 섞었습니다. 은색 잠금장치가 달린 겨울 스웨터 위에 한국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색과 문양이 들어갑니다. 전통적인 북유럽 니트를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전혀 다른 문화의 패턴을 한 벌 안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노르딕 니트는 ‘복고풍 눈꽃 니트’라는 이름만으로 묶기에는 조금 아깝습니다.
넉넉한 팬츠에 니트 하나만 입어도 되고, 데님이나 코듀로이와 섞어도 됩니다. 셔츠 위에 입거나 집업 형태를 골라도 좋습니다. 스키장에서 시작한 이미지가 일상적인 남성복으로 옮겨오면서 입을 수 있는 범위도 훨씬 넓어졌습니다.

노르딕 니트도 빅사이즈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Polo Ralph Lauren은 Fair Isle 울 스웨터를 별도의 Big & Tall 제품으로 만들면서 Big 1X부터 6X, Tall 2XL부터 5XL까지 전개한 이력이 있습니다. 단순히 XXL 다음에 한두 사이즈를 추가한 정도가 아니라 Fair Isle이라는 패턴 니트 자체를 큰 체격용 사이즈로 만든 제품입니다.
Big & Tall 전문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옷을 찾을 수 있습니다. Westport의 노르딕 메리노 울 스웨터는 Big 기준 3XB부터 6XB까지 사이즈가 제공되고, 6XB의 가슴 기준은 66~68인치까지 올라갑니다. Big과 Tall을 나눠 같은 상체 크기에서도 소매 길이를 다르게 잡습니다.
그러니 노르딕 니트 자체가 큰 체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질문은 그다음부터입니다.
같은 눈꽃 니트라도 큰 상체 위에서는 어떻게 보일까요?
Big & Tall이 단순히 옷을 크게 확대하는 개념이 아니라 체형에 맞춰 폭과 길이의 비례를 다시 잡는다는 이야기는 남자 빅사이즈 패션, Big & Tall에서 스트리트까지에서도 다뤘습니다.
그래서 큰 체격이라면 어떤 노르딕 니트를 고르면 될까요?
눈꽃무늬를 입으면 몸이 더 커 보이지 않을까. 큰 체격에서 노르딕 니트를 볼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걱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옷을 입었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늬보다 니트가 몸 위에서 만드는 모양입니다.
몸통은 넉넉한데 어깨와 위팔이 타이트하면 두꺼운 니트가 그 자리에서 걸립니다. 팔을 움직일 때 겨드랑이와 몸통이 함께 끌려 올라오고, 밑단 시보리가 복부 중간에서 멈추면 가슴은 맞아도 옷 전체가 짧고 부풀어 보입니다.
그래서 3XL이나 4XL이라는 숫자보다 어깨와 위팔에 공간이 있는지, 배에서 당기지 않는지, 총장이 충분한지, 밑단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좋습니다.

그다음이 패턴입니다. 큰 상체에서는 노르딕 무늬를 보여줄 면적도 넓습니다. 어깨와 가슴을 따라 큼직한 패턴이 이어지면 넓은 상체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면이 됩니다. 작은 무늬가 촘촘하게 반복되면 조금 더 복잡하고 빈티지한 분위기가 생깁니다.
이번 시즌 노르딕 니트가 재미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래된 스키 스웨터처럼 보였던 옷이 넉넉한 팬츠와 데님, 코듀로이 사이로 들어오면서 다시 일상적인 남성복이 됐습니다.
빅사이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정이나 네이비 무지 니트만 보던 옷장에서 이번에는 눈꽃무늬가 있는 쪽도 한번 꺼내볼 만합니다. 패턴을 피할 것인가보다 먼저, 내 몸에서 이 니트가 어떤 실루엣을 만드는지를 보세요. 어깨와 배에서 편하게 떨어지고 길이가 잘 맞는다면, 큰 상체는 오히려 노르딕 니트의 색과 패턴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넓은 면이 됩니다.
스키장에 있던 니트가 다시 도시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몸을 감추기 위한 겨울옷이 아니라, 큰 상체 위에서 패턴과 실루엣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르는 니트로 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