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사이즈 패션 트렌드 : 스트릿에서 남성 런웨이까지

남성 패션의 실루엣은 계속 바뀝니다. 몸에 붙는 상의와 좁은 바지가 유행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 어깨가 내려간 상의와 와이드팬츠가 거리를 채웁니다. 최근 남성복 런웨이에서는 다시 짧고 슬림한 실루엣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행이 바뀌어도 오버사이즈 패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큰 옷은 힙합·그런지·스케이트 문화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얻었고, 디자이너의 재해석을 거쳐 남성복 런웨이와 일상으로 확장됐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오버사이즈 패션이 거리 문화에서 시작해 런웨이로 옮겨간 과정과 시대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오버사이즈 패션 스트리트웨어 스트릿 에서 디자이너의 재해석을 거쳐 남성복 런웨이 까지 확장된 흐름
오버사이즈 패션 스트리트웨어 스트릿 에서 디자이너의 재해석을 거쳐 남성복 런웨이 까지 확장된 흐름

1. 오버사이즈 패션 단순히 큰 옷이 아닙니다

오버사이즈 패션 실루엣은 몸에 맞는 옷보다 어깨와 품, 소매, 바지 폭을 의도적으로 확장해 만든 형태를 말합니다. 티셔츠는 어깨선이 실제 어깨보다 아래로 내려가고 몸판이 넓어집니다. 재킷은 어깨와 소매에 부피가 생기며, 바지는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넓게 떨어지거나 신발 위에 원단이 쌓이도록 길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한두 사이즈 큰 옷을 입는 것과 오버사이즈로 설계된 옷이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이즈만 키운 옷은 목둘레와 소매, 총장이 함께 늘어나 전체적으로 처져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의도적으로 설계된 오버사이즈는 어느 부분을 넓히고 어디에서 형태를 잡을지 계산합니다. 루즈핏과 오버핏의 차이 역시 단순한 크기보다 어깨선과 품, 소매와 총장이 만드는 전체 비율에서 나타납니다.

오버사이즈와 빅사이즈도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빅사이즈는 큰 체형이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가슴과 복부, 팔, 허벅지 등 신체 치수를 고려한 의류입니다. 오버사이즈는 입는 사람의 체형과 관계없이 크게 보이는 형태를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마른 사람이 입어도 오버사이즈가 될 수 있고, 큰 체형의 남성이 입으면 일반적인 레귤러핏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오버사이즈 패션의 핵심은 라벨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옷이 몸 주변에 만드는 공간과 비율입니다.

2. 남자 오버사이즈 패션은 거리 문화에서 여러 의미를 얻었습니다

오버사이즈 유행의 시작을 한 시점이나 한 문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큰 옷은 이전 시대의 수트와 작업복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오늘날 익숙한 남자 오버사이즈 패션에는 힙합과 그런지, 스케이트 문화의 영향이 크게 남아 있습니다.

힙합에서는 큰 티셔츠와 배기진, 스포츠 저지가 강한 존재감과 문화적 소속을 보여주는 옷이 됐습니다. 넓은 상하의에 운동화와 모자, 액세서리를 결합하면서 기존 남성복과 다른 비율이 만들어졌습니다. 90년대 힙합의 배기핏과 큰 옷이 스트리트 패션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살펴보면 오버사이즈가 문화적인 스타일로 확장된 배경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패션기술대학교 FIT 박물관도 힙합 스타일이 스포츠웨어, 스트리트웨어, 럭셔리를 결합하며 패션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그런지에서 큰 옷은 다른 태도를 보여줬습니다. 잘 다듬어진 수트나 몸에 맞춘 옷보다는 헐렁한 플란넬 셔츠와 카디건, 낡은 청바지가 중심이었습니다. FIT의 1990년대 패션 자료에서도 오버사이즈 플란넬 셔츠와 청바지를 당시 그런지 스타일의 대표적인 조합으로 설명합니다.

스케이트 문화에서 넓은 티셔츠와 배기팬츠는 거리의 움직임과 생활 방식에 결합했습니다. 후디와 워크웨어, 스케이트 슈즈가 함께 등장했고, 스케이트 영상과 잡지, 브랜드를 통해 하나의 시각적인 스타일로 퍼졌습니다.

세 문화가 큰 옷을 입은 이유는 같지 않았습니다. 힙합에서는 존재감과 소속감이 강조됐고, 그런지에서는 무심하고 흐트러진 태도가 드러났습니다. 스케이트 문화에서는 거리의 활동성과 공동체가 옷의 형태에 반영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남성복이 반드시 몸의 선에 맞아야 한다는 기존 기준에서 벗어났습니다. 큰 옷은 체형을 가리는 수단을 넘어 자신이 속한 문화와 취향을 보여주는 방식이 됐습니다.

3. 거리의 큰 옷은 어떻게 남성복 런웨이로 올라갔을까?

거리 문화에서 만들어진 스타일이 곧바로 패션계의 중심이 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공연장과 클럽, 스케이트파크에서 입던 옷이었습니다. 이후 뮤직비디오와 패션 잡지, 스케이트 영상이 그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줬고, 뮤지션과 셀럽이 무대 밖에서도 큰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트 브랜드는 이를 상품으로 만들었고 디자이너는 거리의 실루엣을 재킷과 코트, 수트로 다시 해석했습니다.

흐름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리 문화의 옷 → 뮤지션과 셀럽의 스타일 → 디자이너의 재해석 → 남성복 런웨이 → 일상적인 패션

런웨이에 올라온 오버사이즈는 거리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복사한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어깨의 위치와 상의 길이, 바지의 폭, 옷이 몸에서 떨어지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후디와 티셔츠뿐 아니라 테일러드 재킷, 코트, 셔츠, 수트에도 큰 실루엣을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버사이즈 패션은 특정 하위문화의 복장에서 여러 남성복 카테고리에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로 확장됐습니다.

4. 디자이너들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어떻게 바꿨을까?

같은 큰 옷이라도 디자이너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듭니다. 많은 오버사이즈 패션에 관련된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몇몇은 오버사이즈 실루엣들을 특별하게 해석하고 소개했습니다.

마틴 로즈는 영국의 레이브와 축구, 클럽 문화에서 가져온 느슨한 옷을 독특한 비율로 바꿨습니다. 재킷의 어깨를 크게 만들고 상의와 바지의 길이를 비틀면서 익숙한 남성복을 낯설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SSENSE는 마틴 로즈가 레이브 문화와 연결된 느슨한 실루엣을 단순한 향수가 아닌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했다고 평가합니다. (SSENSE의 마틴 로즈 인터뷰)

윌리 차바리아는 넓은 치노팬츠와 커다란 셔츠, 강하게 확장된 어깨를 이용합니다. 그의 옷에서는 치카노 문화와 작업복, 수트가 함께 나타납니다. 큰 실루엣은 몸을 감추기보다 입는 사람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차바리아의 작업을 큰 실루엣과 치카노 스트리트 문화가 결합된 남성복으로 소개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윌리 차바리아 소개)

뎀나는 후디와 패딩, 코트, 수트를 극단적으로 확대하면서 스트리트웨어의 큰 옷을 럭셔리 패션의 강한 이미지로 바꿨습니다. 넓은 어깨와 몸을 감싸는 코트, 부풀린 트렌치코트는 편안함만을 위한 오버사이즈와 다른 극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보그가 소개한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도 오버사이즈 수트와 몸을 감싸는 코트, 후디가 뎀나를 대표하는 실루엣으로 언급됐습니다. (Vogue의 발렌시아가 컬렉션 리뷰)

세 디자이너 모두 큰 옷을 사용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릅니다. 마틴 로즈는 익숙한 남성복의 비율을 비틀고, 윌리 차바리아는 큰 옷으로 사람의 존재감을 강조합니다. 뎀나는 일상적인 후디와 코트를 기념비적인 크기로 확대합니다.

이 차이는 오버사이즈가 하나의 고정된 핏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옷의 폭과 길이, 어깨의 형태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거리의 옷도 되고 수트도 되며 실험적인 런웨이 의상도 될 수 있습니다.

5. 셀럽은 런웨이의 오버사이즈를 일상으로 옮겼습니다

디자이너가 새로운 실루엣을 제안했다면 셀럽은 그것을 실제로 입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A$AP Rocky는 넓은 스트리트웨어에 디자이너 의류와 액세서리를 결합하며 힙합 패션과 럭셔리 패션의 경계를 흐렸습니다. 저스틴 비버는 몸보다 훨씬 큰 후디와 티셔츠, 배기팬츠를 반복해서 입으며 극단적으로 느슨한 실루엣을 대중적인 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조나 힐은 스케이트웨어와 스트리트 브랜드를 자신의 일상복처럼 입었습니다. 큰 셔츠와 티셔츠, 여유 있는 바지를 조합하면서 오버사이즈를 런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유행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으로 보여줬습니다. 세스 로건은 오버사이즈를 수트로 가져왔습니다. 넓은 라펠과 여유 있는 어깨, 주름이 잡힌 바지를 이용해 몸에 달라붙지 않으면서도 격식을 유지하는 남성복을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오버사이즈를 입은 것은 아닙니다.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를 섞기도 하고, 스케이트 문화의 편안한 옷을 선택하기도 하며, 전통적인 수트의 비율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셀럽의 역할은 특정 제품을 유행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런웨이에서 과장돼 보이던 실루엣을 일상에서 어떻게 입을 수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6. 오버사이즈 유행이 끝나도 큰 실루엣이 남는 이유

오버사이즈가 언제나 남성 패션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남성복 런웨이에서는 높은 허리선과 좁은 바지, 짧고 몸에 가까운 상의처럼 이전보다 날렵한 실루엣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보그도 최근 밀라노와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크고 느슨한 옷과 대비되는 슬림한 형태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gue의 남성복 실루엣 분석)

그러나 새로운 실루엣의 등장이 오버사이즈 패션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큰 티셔츠와 후디는 힙합과 스케이트웨어에 남아 있고, 와이드팬츠는 데님과 작업복, 테일러링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여유 있는 재킷과 코트 역시 스트리트웨어부터 현대적인 수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드롭숄더와 박시핏 상의에 와이드·배럴핏 팬츠를 입은 빅사이즈 남성들
드롭숄더와 박시핏 상의에 와이드·배럴핏 팬츠

패션에는 하나의 유행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슬림핏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넉넉한 옷의 움직임과 부피감, 강한 실루엣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버사이즈는 유행의 중심에서 잠시 멀어지더라도 여러 스타일과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옷장에 계속 남습니다.

오버사이즈 패션과 빅사이즈 의류는 같은 개념이 아니지만, 큰 체형의 남성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몸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데만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옷의 폭과 길이, 부피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실루엣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등빨저널은 앞으로도 빠르게 바뀌는 남성 패션의 유행을 살펴보면서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빅사이즈 의류가 실제 큰 체형에서 어떻게 보이고 달라지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남자 빅사이즈 패션이 Big & Tall에서 스트리트까지 확장된 과정처럼 옷을 둘러싼 문화와 변화도 계속 다루겠습니다.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핏과 스타일을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옷과 문화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